그러고 싶어요
한동안 참 바쁘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 밑바닥까지 한없이 추락했던 시간이 끝날까 했던 마음 무상히, 즐거움이(즐거움이라고 표현해야 맞겠죠?) 흘러넘치는 광란의 시간을 만끽했더랬죠.
빼곡히 달력을 채운 약속들과 만남은 저의 기쁨을 채움과 동시에 시간과 고독을 앗아갔습니다.
전에는 고독이 나를 죽일것 같았다면, 지금은 모순적인 허탈감이 저를 짓누릅니다.
기억이 뒤섞여 이 사람과 이런 대화를 했는지, 저 사람과 이 이야기를 했는지 혼돈이 올때면, 아 무언가 잘못되었구나 싶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균형을 잡아야할 시기가 온것이죠.
마침 오늘도 가끔 연락하던 연상의 여성분과 저녁식사를 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묻다, 유난히 빼곡하던 9시 넘은 2호선 지하철을 탔습니다. 등에 닿는 다른 사람의 팔들과, 내 팔에 열차가 흔들릴때면 살짝씩 닿는 앞사람의 어깨에 진절머리가 나던 찰나, 제 발을 살짝 밟은 할머니의 표정이 기억이 납니다.
정말로 해맑게 웃으며 저에게 사과를 하는데, 그동안 서울로 올라와서 봐왔던 모두의 표정중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그냥 신도림에서 내리는 주눅든 할머니였을텐데 저에게 미소짓던 그 얼굴을 도저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마치 그 좁고 붐비는 열차 한칸 안에서 부처라는 존재를 본 것 같았어요. 그 분의 사과에 길고 짧든 그동안 나눴던 대화중 가장 밝고 행복한 기분으로 그 분께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어요. 사실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잘 모르겠네요. 너무 기분이 좋았는데, 한켠으로 갑자기 울고 싶어지게 만드는 그 분의 사과와 표정을 감히 어떤 표현으로도 묘사할 수 없다는걸 알기에 억울하네요.
저는 이제는 더이상 사랑을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 할머니와 같은 미소를 가진 사람을 찾고 싶은데 정말 쉽지는 않겠죠. 그래도 할머니의 미소와 사과는 또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 거라고 용기를 주는 선물꾸러미 같았어요. 사랑해야지. 스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하고 응원해야지 해요.
그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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